저 죽음이 순하다
김향
사람보다 개를 더 자주 만나는 시골길
화순 못미처 능주 지석 강변 벚나무 아래
나의 몸과 마음을 차려놓는다
벚꽃이 만개하여 제물은 절로 그득하니
달 뜨기를 기다려 강물에서 그놈만 건져놓으면
한 상 떡 벌어지겠다
벚나무에 기대 바라보는 강 건너 무덤이 나른하다
내 눈꺼풀도 점점 나른해진다
천하장사도 무거워 들어올리지 못한다는 제 잠의 눈꺼풀
이대로 눈 닫아버리면 저 떨어진 흰 꽃잎들이
날 데리고 강 건너 줄까
들고 나는 목숨들이 뜨고 지는 자리
양지바른 곳으로 머리를 둔 저 죽음이 순하다
---김향, 수레 발자국, 시작시인선 0189, 천년의시작(2007년 10월 20일)---
*순한 죽음이 몇이나 될까마는
저 풍경은 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