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력
안시아
전동차 출입문이 열리자마자
사내가 튀어나온다
순간 내 어깨를 밀치는 사내의 속력
빗줄기는 단숨에 사선을 긋는다
비 오는 날 바람이 되어본 사람은
상처 난 자리로 가속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얇은 종이에 베인 손마디 상처도
예리하게 지나간 속력의 흔적이다
지구는 자전이라는 속력으로 세상을 움직이고
내 안에 귀 기울이면
눈금 같은 계절을 쉴 새 없이 오르내리는
박동 소리가 있다
우린 잠시도 제자리인 적이 없다
과거가 속력으로 현재를 밀고 오듯
우리는 그 안에 살고 있다
모퉁이를 지난 사내는 금세 보이지 않는다
뒤쫓거나 쫓기거나
속력을 낸다는 건 방향을 잡은 것이다
---안시아, 수상한 꽃, 랜덤시선 031, 랜덤하우스(2007년 10월 25일)---
*'속력을 낸다는 건 방향을 잡은 것이다'
늘 제자리인
나도 속력을 한번 내볼까?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권현형, 밥이나 먹자, 꽃아 (0) | 2008.05.03 |
---|---|
박경리, 어머니 (0) | 2008.04.27 |
이현승, 슈퍼맨 리턴즈 (0) | 2008.04.23 |
김향, 저 죽음이 순하다 (0) | 2008.04.20 |
최명란, 경계 (0) | 2008.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