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詩)

하종오, 베드타운 - 후림대수작

by kimbook 2009. 1. 1.

베드타운 - 후림대수작

 

하종오

 

허우대가 멀쩡하게 생긴 아들놈이

늙어 쪼그라든 아비 앞에

무릎 꿇고 앉아 홀짝거리었다

 

방바닥만 내려다보는 아비는

이때는 말없이 버티어야 한다며

마음을 다잡아먹었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슬쩍 아비를 훔쳐본 아들놈은

드디어 엉엉 소리내어서 울더니

제 설움에 겨워서

아이고 어머니 아이고 어머니

일평생 만든 논밭이

이제사 한재산 되었는데

다 놔두고 일찍 가시다니

아이고 어머니 아니고 어머니

숫제 곡을 하기 시작했다

 

이때에 이르면 혼자 사는 아비가

그만 마음이 풀어져 글썽거리다가

밑천 또 내놓는다는 것을

사업하다 늘 떨어먹기만 한

아들놈은 이미 꿰고 있었다

 

---하종오, 베드타운, 창비시선 289, 창비(2008년 6월 20일)---

 

*이런 놈 많다.

 정말 많다.

 

 내가 아는 어떤 놈도 그렇고,

 나도 그런 놈이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근, 분서(焚書) 3  (0) 2009.01.06
장철문, 목련, 환한  (0) 2009.01.04
박경리, 비밀  (0) 2008.12.31
안상학, 아배 생각  (0) 2008.12.30
박해람, 잎이라는 말  (0) 2008.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