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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조인선, 따뜻한 봄날

by kimbook 2010. 9. 18.

따뜻한 봄날

 

조인선

 

송아지는 날 때부터 안 좋았다

제 힘으로 젖을 빨지 못했다

사람에 의지해 보름을 넘겼지만

몸은 갈수록 허약해졌다

기적처럼

젖을 빨더니 얼마 후 죽어버렸다

생을 노래하는 건 바람일 뿐

어미는 제 새끼를 오래 찾지 않았다

밤나무 아래 묻어주고

쪼그려 담배 피우며 올려다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었다

 

---조인선, 노래, 문학과지성 시인선 378, 문학과지성사(2010년 7월 12일)---

 

*'구름 한 점 없었'던

 '따뜻한 봄날'의 하늘을 

 송아지도,

 어미도,

 오래오래 바라보았을까?

 

 내 어릴 적,

 우리집 송아지 눈망울에는

 푸른 하늘이 있었던 것 같으다.

 

*13쪽, 7行, 詩 '시를 쓰다' 中에서

 

*119쪽, 해설 1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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