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날
조인선
송아지는 날 때부터 안 좋았다
제 힘으로 젖을 빨지 못했다
사람에 의지해 보름을 넘겼지만
몸은 갈수록 허약해졌다
기적처럼
젖을 빨더니 얼마 후 죽어버렸다
생을 노래하는 건 바람일 뿐
어미는 제 새끼를 오래 찾지 않았다
밤나무 아래 묻어주고
쪼그려 담배 피우며 올려다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었다
---조인선, 노래, 문학과지성 시인선 378, 문학과지성사(2010년 7월 12일)---
*'구름 한 점 없었'던
'따뜻한 봄날'의 하늘을
송아지도,
어미도,
오래오래 바라보았을까?
내 어릴 적,
우리집 송아지 눈망울에는
푸른 하늘이 있었던 것 같으다.
*13쪽, 7行, 詩 '시를 쓰다' 中에서
*119쪽, 해설 1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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