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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김희업, 뒷문

by kimbook 2010. 9. 24.

뒷문

 

김희업

 

어머니는 홀로 브래지어를 풀지 못한다

문이 많은 어머니, 생산을 해내던 곳간도

굳게 닫힌 지 오래

그만큼 먼 시간의 門 지나왔다

어머니는 브래지어 뒷문을 어떻게 닫았을까

브래지어를 풀도록

호락호락하지 않은 어깨

"침놔 주는 한의사 때문"이라며,

평소 안 하던 브래지어를 한 어머니

그 순간 여자로 환생한다

젖을 달라고, 밤낮으로 어머니의 잠결 파고들어

문 두둘겨 대던 자식 다섯은,

뒷문 열어 놓은 채 슬금슬금 빠져 나갔다

뒤늦게 뒷문 꼭 걸어 잠그는 어머니

나는 브래지어를 풀어

바닥에 놓는다

제법 탐스러운 둥그런 무덤이다

드러난, 말라붙은 젖가슴

태어나 처음 본 듯, 나는

새삼스럽게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자신의 무덤 번쩍 들어

한쪽으로 옮기는 칠순의 어머니

이다음에,

천국의 뒷문

홀로 닫을 수 있을는지

 

---김희업, 칼 회고전, 시작시인선 0109, 천년의시작(2009년 6월 20일)---

 

*어머니는 닮은꼴이다.

 아직도 서랍장 제일 윗칸에 있는 어마니의 '부라자'

 어느해 병원 가실 때,

'남사시러버서' 몇 번, 착용했던...

 이제는 '부라자',

 혼자서 하지도, 풀지도 못하시는 어머니다.

 

 등뒤로 두손 맞잡지 못하는 나는,

 많이도 궁금했던 바로 그 것,

 '혼자서 어떻게 차지?'라는 물음.

 '가슴 앞쪽에서 부라자 뒷쪽 '호크'를 닫고, 뒤로 휙 돌리면 된다'던

 그녀, 누구였을까?

 

*56쪽, "내 마음의 지진" 1聯 3行,

 "무거운 하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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