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문
김희업
어머니는 홀로 브래지어를 풀지 못한다
문이 많은 어머니, 생산을 해내던 곳간도
굳게 닫힌 지 오래
그만큼 먼 시간의 門 지나왔다
어머니는 브래지어 뒷문을 어떻게 닫았을까
브래지어를 풀도록
호락호락하지 않은 어깨
"침놔 주는 한의사 때문"이라며,
평소 안 하던 브래지어를 한 어머니
그 순간 여자로 환생한다
젖을 달라고, 밤낮으로 어머니의 잠결 파고들어
문 두둘겨 대던 자식 다섯은,
뒷문 열어 놓은 채 슬금슬금 빠져 나갔다
뒤늦게 뒷문 꼭 걸어 잠그는 어머니
나는 브래지어를 풀어
바닥에 놓는다
제법 탐스러운 둥그런 무덤이다
드러난, 말라붙은 젖가슴
태어나 처음 본 듯, 나는
새삼스럽게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자신의 무덤 번쩍 들어
한쪽으로 옮기는 칠순의 어머니
이다음에,
천국의 뒷문
홀로 닫을 수 있을는지
---김희업, 칼 회고전, 시작시인선 0109, 천년의시작(2009년 6월 20일)---
*어머니는 닮은꼴이다.
아직도 서랍장 제일 윗칸에 있는 어마니의 '부라자'
어느해 병원 가실 때,
'남사시러버서' 몇 번, 착용했던...
이제는 '부라자',
혼자서 하지도, 풀지도 못하시는 어머니다.
등뒤로 두손 맞잡지 못하는 나는,
많이도 궁금했던 바로 그 것,
'혼자서 어떻게 차지?'라는 물음.
'가슴 앞쪽에서 부라자 뒷쪽 '호크'를 닫고, 뒤로 휙 돌리면 된다'던
그녀, 누구였을까?
*56쪽, "내 마음의 지진" 1聯 3行,
"꾀 무거운 하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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