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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이대흠, 울 엄니

by kimbook 2010. 10. 2.

울 엄니

 

이대흠

 

울 엄니 오래 사실 게다

콩 까투리에서 막 나온 듯

자잘한 새끼들

뿌리 잘 내리는가 보고 가시려고

팔순 넘어 구순 넘어도

눈 못 감으실 게다

 

울 엄니 돌아가시면

저승에 못 가실 게다

제 몸 헐어 만든 자식들

북돋아주시려고

쇠스랑 같은 손으로

흙이나 파고 계실 게다

 

울 엄니 제삿날이면

절대 오지 않을 게다

마침내 든 편안한 잠

깨고 싶지 않을 게다

이승서 밀린 잠 자다

저승 생일도 잊을 게다

 

---이대흠, 귀가 서럽다, 창비시선 311, 창비(2010년 3월 5일, 초판 2쇄)---

 

*어머니가 날 보고,

 '무덤까지 용돈 받으러 올 놈'이라고 한 적 있다.

 정말 그렇다.

 오늘도 몇 만원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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