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니
이대흠
울 엄니 오래 사실 게다
콩 까투리에서 막 나온 듯
자잘한 새끼들
뿌리 잘 내리는가 보고 가시려고
팔순 넘어 구순 넘어도
눈 못 감으실 게다
울 엄니 돌아가시면
저승에 못 가실 게다
제 몸 헐어 만든 자식들
북돋아주시려고
쇠스랑 같은 손으로
흙이나 파고 계실 게다
울 엄니 제삿날이면
절대 오지 않을 게다
마침내 든 편안한 잠
깨고 싶지 않을 게다
이승서 밀린 잠 자다
저승 생일도 잊을 게다
---이대흠, 귀가 서럽다, 창비시선 311, 창비(2010년 3월 5일, 초판 2쇄)---
*어머니가 날 보고,
'무덤까지 용돈 받으러 올 놈'이라고 한 적 있다.
정말 그렇다.
오늘도 몇 만원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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