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박이문
겨우내 벌거벗은
나뭇가지가 바람에 휘고
꼭대기에는 외로운 새 한 마리
부러지지 않기 위해
견디기 위해
삶의 고뇌
음울하고 여위었지만,
살아 있다고, 견디고 있다고
말하네
---박이문, 부서진 말들, 민음사(2010년 1월 22일)---
*나무도 살아갈려고 옷을 벗지.
살아가기 위해 옷을 벗는 사람도 있지.
나처럼,
마음의 옷을 벗는 못난 놈도 있고...
*쥐*
박이문
사자는 그러지 않아, 그저 쥐만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항상 벌벌 떨며 주위를 살피고
계속해서 불안해하고
죽은 벌레를 놓고 투닥거리고
거슬리는 소리를 내고
위엄이라곤 털끝만큼도 없이
어둠 속으로, 나아가
침침하고 깊은 쥐구멍으로 달려간다
사자가 아닌
쥐만이 그러지
실존의 어두운 쥐구멍 속
병든 쥐만이
---박이문, 부서진 말들, 민음사(2010년 1월 22일)---
*오늘 밤,
'쥐'가 들어가는 별명을 가진 그분, 생각난다.
우리동네, 하수구에서 언젠가
발이 뽀얗고,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쥐를 본 적이 있는데...
오늘 밤,
무슨 잔대가리 굴리고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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