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태눈알
정끝별
푹 익은 무와 콩나물과 미더덕에 휘감긴 채
냄비 바닥에 달랑 남은 동태머리 한 토막
아버지는 유난히 동태머리를 좋아하셨다
아가미 눈알 그리고 고니라는 이름의 내장도
남편과 아이들은 동태머리를 먹지 않는다
고니는 물론 아가미 눈알은 더더욱
남기려는데, 밀랍처럼 봉인된 저 낯익은 눈빛
내 그릇에 떠와 동태머리를 발라먹는다
쪽쪽 빨아먹는다 아버지처럼
얼음처럼 녹는 처음 살맛은 무능처럼 무르다
골육을 휘감던 수압이든 어둠이든
천만 갈래 갈라져서도 숨을 놓지 못하고
쌕쌕 소리를 내던 아버지의 벌린 입
속풀이에 그만이라는
주름진 아가미는 모독처럼 쓰다
파도든 해일이든 뜬눈으로 맞으며
핏줄의 피로랄까 연명의 연속이랄까
냉동과 해동을 거듭 견디다 마지막 식탁에서
이젠 안 보여야 셋째아들한테만 귀띔한 채
그리 부릅뜨고 있던 아버지의 먼눈
끝내 입에 넣을 수 없는
젓가락이 들어올린 허공을 삼킨 동공
내 혀는 아직 멀었다
---정끝별, 문학동네 2011년 봄호(통권 66호), 문학동네(2011년 2월 24일)---
*슬프다.
동태눈깔.
그리고...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상호, 투명한 가을 (0) | 2011.04.12 |
---|---|
김소연, 너를 이루는 말들 (0) | 2011.04.04 |
차창룡, 겨울나무 (0) | 2011.03.23 |
이정록, 보리앵두 먹는 법 (0) | 2011.03.18 |
안현미, 어떤 삶의 가능성 (0) | 2011.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