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귀가
하종오
청년 때 참전하여
전장에서 만난 여자와 사랑하다가
혼자 한국으로 돌아왔던 사나이가
베트남으로 다시 돌아갔다
젊은 참전 용사에서
늙어 힘없는 중노인이 된
사나이는 수소문 끝에 여자를 찾고
그 앞에서 고개 숙였다
사나이가 연애했을 적 그 나이가 된 아들이
그 시절 사나이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서
이 광경에서 고개 돌렸다
한국에서 본처가 죽고 나자
종전 이십여 년 만에
베트남으로 여자를 찾아간 사나이는
말없이 내주는 옆자리에 앉았다
늙은 연인이 될 수 있을까 사나이와 여자는
오토바이를 타고 햇볕 뜨거운 거리로 달려가는
젊은 아들을 바라다보고 있었다
물끄럼물끄럼, 물끄럼, 물끄럼
---하종오, 제국 - 諸國 또는 帝國, 문학동네(2011년 1월 10일)---
*'이 추운 겨울 날씨에...' 로 시작되는
편지를 쓴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월남스키부대'출신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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