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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하종오, 마지막 귀가

by kimbook 2011. 5. 25.

마지막 귀가

 

하종오

 

청년 때 참전하여

전장에서 만난 여자와 사랑하다가

혼자 한국으로 돌아왔던 사나이가

베트남으로 다시 돌아갔다

 

젊은 참전 용사에서

늙어 힘없는 중노인이 된

사나이는 수소문 끝에 여자를 찾고

그 앞에서 고개 숙였다

 

사나이가 연애했을 적 그 나이가 된 아들이

그 시절 사나이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서

이 광경에서 고개 돌렸다

 

한국에서 본처가 죽고 나자

종전 이십여 년 만에

베트남으로 여자를 찾아간 사나이는

말없이 내주는 옆자리에 앉았다

 

늙은 연인이 될 수 있을까 사나이와 여자는

오토바이를 타고 햇볕 뜨거운 거리로 달려가는

젊은 아들을 바라다보고 있었다

물끄럼물끄럼, 물끄럼, 물끄럼

 

---하종오, 제국 - 諸國 또는 帝國, 문학동네(2011년 1월 10일)---

 

*'이 추운 겨울 날씨에...' 로 시작되는

  편지를 쓴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월남스키부대'출신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