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집 女子
유홍준
버드나무 같다고 했다 어탕국숫집 그 여자, 아무데나 푹
꽂아놓아도 사는 버드나무 같다고…… 노을강변에 솥을 걸
고 어탕국수를 끓이는 여자를, 김이 올라와서 눈이 매워서
고개를 반쯤 뒤로 빼고 시래기를 휘젓는 여자를, 그릇그릇
매운탕을 퍼담는 여자를, 애 하나를 들쳐업은 여자를
아무데나 픽 꽂아놓아도 사는
버드나무 같다고
검은 승용차를 몰고 온 사내들은
버드나무를 잘 알고 물고기를 잘 아는 단골처럼
여기저기를 살피고 그 여자의 뒤태를 훔치고
입안에 든 민물고기 뼈 몇점을
상 모서리에 뱉어내곤 했다
버드나무, 같다고 했다
---유홍준, 저녁의 슬하, 창비시선 330, 창비(2011년 5월 2일)---
*'버드나무, 같다'라꼬 했다.
그 女子,
어제는 한강 둔치에
오늘은 무슨 대공원에 마음을 식히러 갔다꼬 했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소유, 자줏빛 紫 (0) | 2011.09.16 |
---|---|
유안진, 소금호수 (0) | 2011.09.10 |
조정권, 머나 먼…… (0) | 2011.06.17 |
강은교, 그 나무에 부치는 노래 (0) | 2011.06.10 |
김태형, 당신 생각 (0) | 2011.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