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이유
김승일
두 친구가 서로 때리고 있어. 때리고, 맞아주고.
번갈아가며.
너희는 틈만 나면 팔 때리는 놀이를 한다.
재미가 있니? 누가 학교 짱인지. 누가 더 맷집이
센지. 서로 다 아는 애들이. 친한 애들이.
어깨랑 팔을 때리고 논다. 때리는 게 재밌어서 웃
는 친구와 너무 아파 헛웃음이 터지는 친구.
집에 가면
샤워기로 뜨거운 물을 뿌리고, 문지르고, 분하지
않고, 비교적 덜 아픈 팔을 내밀어
이다음 쉬는 시간엔 또 다른 팔을, 다시 또 다른 쪽
팔을 내밀고.
거긴 멍이 심하니까 피해서 때려.
웃는다. 신이 난다. 누가 이길까? 누가 매번 이겼
니? 글쎄요. 기록해두지 않는다.
이거요? 이건 게임이에요. 애도 때리고 저도 때리
고. 못 참는 사람이 지는 거예요. 그만해라. 위험해
보이는구나.
우리는 숨어서 계속
때린다. 단련하려고, 조폭들도 자주 이 게임을 한
대. 행동 대원 말이지? 너도 그거 할 거야?
몰라, 뽑히면 해야 된됐어. 뽑혔는데 안 하면 어떻
게 된대? 몰라, 더 세게 때려. 왜 갑자기 약하게 때
려. 어차피,
내가 세게 때려도 안 아프잖아.
친구의 주먹은 훨씬 센 주먹인데. 안 아파서 두
친구는 웃지 않는다. 너는 왜 세게 안 때리는데?
다시 한 번 해보자.
---김승일, 에듀케이션, 문학과지성 시인선 410, 문학과지성사(2012년 4월 27일)---
*참 재밌는 게임이구나, 애들아.
나도 같이 하자.
그래,
"다시 한 번 해보자".
그리고, 둘이서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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