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있다
김행숙
신체는 깎아지른 듯 절벽이 되었어
기도하기 좋은 곳
자살하기에 더 좋은 곳에서
나의 신체는 멈추었다
나는 그리워했다
그리워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
절벽에 매달린 기분으로
너의 손을 잡았을까
그런 기분으로
너의 손을 놓칠 때
허공을 할퀴는 분홍 손톱들이 활짝 피어나는 곳에서
저녁의 꽃처럼 오므리는 곳에서
---김행숙, 타인의 의미, 민음의 시 169, 민음사(1판 2쇄, 2011년 2월 8일)---
*나는 아마도
그리워하지도 않고,
'자살하기에 더 좋은 곳'에
오래 있지는 않을 것이다.
저 아래
'저녁의 꽃'이 어렴풋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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