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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김행숙, 그곳에 있다

by kimbook 2013. 12. 15.

그곳에 있다

 

김행숙

 

신체는 깎아지른 듯 절벽이 되었어

기도하기 좋은 곳

자살하기에 더 좋은 곳에서

나의 신체는 멈추었다

나는 그리워했다

그리워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

절벽에 매달린 기분으로

너의 손을 잡았을까

그런 기분으로

너의 손을 놓칠 때

허공을 할퀴는 분홍 손톱들이 활짝 피어나는 곳에서

저녁의 꽃처럼 오므리는 곳에서

 

---김행숙, 타인의 의미, 민음의 시 169, 민음사(1판 2쇄, 2011년 2월 8일)---

 

*나는 아마도

 그리워하지도 않고,

 '자살하기에 더 좋은 곳'에

 오래 있지는 않을 것이다.

 

 저 아래

 '저녁의 꽃'이 어렴풋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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