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작은 유언
이병일
얘야, 자두꽃이 한창이구나
불면의 신경 마디마디를 지우는
꽃비들이 희미하게 반짝이는데
벼락은 깜깜함에 눈먼 것들을 잘도 찾아가는구나
얘야, 생활이 편할수록 무르팍이 불편하구나
비를 켜는 악기, 먹구렁이 울음이 보고 싶구나
먼 데 있는 산사나무 그늘이 불어나듯
내 몸이 몹시 가려워지는구나
나는 캄캄한 무르팍 펴고
앞산에 나가 취 뜯고
들깨 모종을 해야 한단다
빈 속이 허하도록
데면데면 놀아야 한단다
나는 흙으로 다시 오지 않으려
종교도 없이 지냈단다
얘야, 목이 마르구나
내게 이 빠진 호미를 다오
호미 끝엔 환한 세상이 와 있단다
---이병일,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 창비시선 399, 창비(초판 2쇄, 2016년 5월 16일)---
*정말,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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