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권경인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야겠다
날 사랑한다고 믿고 있는 사람에게로 아니,
때로 사랑은 결정적인 순간에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가르친 사람에게 가리라
가구가 되어도 좋고 장작이 되면 또 어떠리
여기 남아 거름이 되든가
어디론가 옮겨져 살게 되어도 상관 없으리라
불이 되고 위안이 되고 약이 되는 일
짐이 되고 재가 되고 허공이 되는 일
나는 희망한다
그리하여 완전히 나를 잊는 것
그리하여 비로소 너를 버리는 것
---권경인, 변명은 슬프다, 창비시선 181, 창작과 비평사(1998년 12월 1일)---
*나는 희망한다.
너를 잊고,
나를 버리기를...
사랑은
결정적인 순간에 아무 것도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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