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詩)

권경인, 나무

by kimbook 2007. 6. 10.

 

나무

 

권경인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야겠다

날 사랑한다고 믿고 있는 사람에게로 아니,

때로 사랑은 결정적인 순간에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가르친 사람에게 가리라

가구가 되어도 좋고 장작이 되면 또 어떠리

여기 남아 거름이 되든가

어디론가 옮겨져 살게 되어도 상관 없으리라

불이 되고 위안이 되고 약이 되는 일

짐이 되고 재가 되고 허공이 되는 일

나는 희망한다

그리하여 완전히 나를 잊는 것

그리하여 비로소 너를 버리는 것

 

---권경인, 변명은 슬프다, 창비시선 181, 창작과 비평사(1998년 12월 1일)---

 

*나는 희망한다.

 

 너를 잊고,

 나를 버리기를...

 

 사랑은

 결정적인 순간에 아무 것도 아니므로...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태준, 누가 울고 간다  (0) 2007.06.10
최정례, 레바논 감정  (0) 2007.06.10
전성호, 12월 우포늪에서  (0) 2007.06.09
박라연, 들키다  (0) 2007.06.09
이용한, 우체통  (0) 2007.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