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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마종기, 이름 부르기

by kimbook 2007. 6. 12.

이름 부르기

 

마종기

 

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검은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아

막막한 소리로 거듭 울어대면

어느 틈에 비슷한 새 한 마리 날아와

시치미 떼고 옆 가지에 앉았다.

가까이서 날개로 바람을 만들었다.

 

아직도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그 새가 언제부턴가 오지 않는다.

아무리 이름 불러도 보이지 않는다.

한적하고 가문 밤에는 잠꼬대 되어

같은 가지에서 자기 새를 찾는 새.

 

방 안 가득 무거운 편견이 가라앉고

멀리 이끼 낀 기적 소리가 낯설게

밤과 밤 사이를 뚫다가 사라진다.

가로등이 하나씩 꺼지는 게 보인다.

부서진 마음도 보도에 굴러다닌다.

이름까지 감추고 모두 혼자가 되었다.

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마종기,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문학과지성 시인선 323, 문학과지성사(2006년 8월 31일)---

 

*'우리'라는 말 정겹게 써보고 싶다.

 '우리', '우리', '우리'...

 

 내일은 혼자서라도 한번 '불러' 볼까.

 

 하늘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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