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에 죽고 슬픔에 산다면
김정웅
기쁨은 가볍다
그래서 빨리 사라지고
슬픔은 무겁다
그래서 오래 남는구나
꽃들아 피우기 전에 미리 터지거라
낟알들아 슬픔아 흩뿌리지 말고
일용할 주먹밥처럼 꽁꽁 뭉치거라
주먹 같은 눈물이라는 말도 있나니
우리가 만일
기쁨에 죽고 슬픔에 산다면
꽃아 너는
내가 한 사랑을 만나
열에 들떠 잠 못 이루던
그 몇 날뿐이었나니
슬픔의 부스럼인
기쁜 꽃아 꽃들아
그러나 너 아니면
가장 큰 슬픔이
꽃인 것 어찌 알았으랴
---김정웅, 마른 작설잎 기지개 켜듯이, 문학동네(2004년 12월 15일)---
*'잠 못 이루던 날'이
'그 몇 날뿐'이었을까
'가장 큰 슬픔이 꽃인 것'은
바보도 알겠다.
그래서 바보는
기쁨에도 살고, 슬픔에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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