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벌레
박성우
소금을 파먹고 사는 벌레가 있다
머리에 흰털 수북한 벌레 한 마리가
염전 위를 기어간다 몸을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연신 소금물을 일렁인다
소금이 모자랄 땐
제 눈물을 말려 먹는다는 소금벌레,
소금물에 고분고분 숨을 죽인 채
짧은 다리 분주하게 움직여
흩어진 소금을 쉬지 않고 끌어모은다
땀샘 밖으로 솟아오른 땀방울이
하얀 소금꽃 터트리며 마른다
소금밭이 아닌 길을 걸은 적 없다 일생 동안
소금만 갉아먹다 생을 마감할 소금벌레
땡볕에 몸이 녹아내리는 줄도 모르고
흥얼흥얼, 고무래로 소금을 긁어모으는
비금도 대산염전의 늙은 소금벌레여자,
짠물에 절여진 세월이 쪼그쪼글하다
---박성우, 가뜬한 잠, 창비시선 274, 창비(2007년 3월 30일)---
*벌레가 우리집에도 두마리 있다.
소금은 아니었지만
'제 눈물'을 먹고 살았다는 건 분명하다.
'땡볕에 녹아내린'
벌레의 몸뚱이를 볼때마다
'쪼글쪼글하게 절여진 세월'처럼 짠하다.
눈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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