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건너갔다
박설희
엑스레이가 뼈를 짚고 지나가고
현상된 살과 뼈에
얼룩처럼
나도 모르는 흔적이 새겨져 있다
내 몸을 무언가 건너갔다
몸은 징검다리가 된 것이다
몸에서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무엇이 통과하는 소리일까
몸이 소리를 낼 때마다
나는 갸우뚱거리곤 하는데
산에 오르다가
계곡을 훑는 바람소리를 들었다
물 흐르는 소리와 같았다
배웅하듯 수많은 잎새들이 손을 흔들었다
나무를 짚는 소리
바위를 건너가는 소리
뿜어져 나오는 말들은
짚고 건너간 숱한 것들의 흔적
내가 수많은 너를 짚고 지나갈 때마다
물줄기 같은 말들이 흘렀다
---박설희, 쪽문으로 드나드는 구름, 실천문학의 시집 177, 실천문학사(2008년 6월 30일)---
*어제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오늘인가?
'물줄기 같은' 그녀의 '말들이 흘렀다'.
꿈이었나?
*118쪽, '얼음이 풀리는 저수지", 3聯 3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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