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를 받다
박성우
짝이 돈을 잃어버렸다
몇 번이고 같이 찾아보았지만
잃어버린 돈은 나오지 않았다
날 의심하는 거야?
너 아니면 가져갈 사람이 없잖아!
짝이 엉뚱하게도 나를 의심했다
아니라고 부정할수록 자존심만 구겨졌다
하늘이 백 조각 나도 나는 결백하다
기어이 교무실까지 불려 가고 말았다
담임선생님도 나를 의심하는 눈치였다
끝까지 아니라고 했지만
이번 한 번만 그냥 넘어가 준다며
너그럽게 다그쳤다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고
이를 앙다물고 참아도 눈물이 났다
내 짝은 우리 반 일 등에다가
모든 선생님께 예쁨을 받는 애니까
어이없게도 나는
아무 잘못도 없이 용서를 받았다
---박성우, 난 빨강, 창비청소년문학 27, 창비(2010년 2월 26일)---
*5학년이었던가, 6학년이었던가
친구 한 명이 연필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선생님은 모두 책상 위에 꿇어앉히고 눈을 감게 하고는
'용서'해줄테니 손을 들라고 했다.
그때, 내가 가져가지도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린 적이 있었다.
'너 아니면 가져갈 사람이 없잖아!'란 말,
아니면, 비슷한 말,
혹, 들어본 적은 없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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