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의 남자
정철훈
인생은 매운 거라는 한 시기(時期)를 갖는다
세월은 마디가 있어
마디에서 마디로 넘어갈 때
놔버릴 수도 잡을 수도 없는 모호함이
때로는 청양고추를 베어물듯
더 매울 수가 있는 것이다
잠긴 문이 열리지 않을 때
그 안의 사람은 울고 있다
두드려도 응답이 없을 때
문은 사람보다 더 울고 있다
문을 사이에 두고 문 안의 사람과
문밖의 사람은
서로 다른 나이를 먹는다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짐승
때로는 포효보다 가느다란 흐느낌이
더 매울 수가 있는 것이다
--정철훈, 뻬쩨르부르그로 가는 마지막 열차, 창비시선 314, 창비(2010년 4월 26일)---
*문밖이나 문 안이나,
춥긴 마찬가지다.
울기도 마찬가지다.
매운 것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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