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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정철훈, 문밖의 남자

by kimbook 2011. 1. 3.

문밖의 남자

 

정철훈

 

인생은 매운 거라는 한 시기(時期)를 갖는다

 

세월은 마디가 있어

마디에서 마디로 넘어갈 때

놔버릴 수도 잡을 수도 없는 모호함이

때로는 청양고추를 베어물듯

더 매울 수가 있는 것이다

 

잠긴 문이 열리지 않을 때

그 안의 사람은 울고 있다

두드려도 응답이 없을 때

문은 사람보다 더 울고 있다

 

문을 사이에 두고 문 안의 사람과

문밖의 사람은

서로 다른 나이를 먹는다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짐승

때로는 포효보다 가느다란 흐느낌이

더 매울 수가 있는 것이다

 

--정철훈, 뻬쩨르부르그로 가는 마지막 열차, 창비시선 314, 창비(2010년 4월 26일)---

 

*문밖이나 문 안이나,

 춥긴 마찬가지다.

 울기도 마찬가지다.

 매운 것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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