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이 기왓골처럼 밟힌다
조은
깊은 밤 지붕 위에서 누가
몸을 가누지 못해
퍽퍽 쓰러지는 소리가 난다
뇌 속을 기왓골처럼 밟는 소리에
놀라 몸을 일으킨 나는
막연하던 공포의 모습을 본다
고통에 끌려 다니는 몸이 얼마나 무거운지
지붕 위의 생명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데 한참 걸린다
토악질을 하다 울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애틋이 뭔가를 찾으며
지붕 위의 고통은
동틀 때가 되어도 끝나지 않는다
무디어진 나를 벌떡벌떡 일으켜 세우는
저것이 죽음이라니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그림자를 접었다 폈다 몸부림치는
저것이 삶이라니
삶을 바라는 간절한 순간이
저렇게 돌이킬 수 없을 때 오다니
삶을 허비하는 나를
처단하고 있는가
---조은, 생의 빛살, 문학과지성 시인선 374, 문학과지성사(2010년 3월 26일)---
*삶을 허비한 그 끝날에
내가 맞이할 어둠같은 것,
그 간절한 순간에도
끝내 물어보지 못한 말 몇마디 있다.
*59쪽, "아침 골목 2", 아래에서 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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