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의 기억
배영옥
길 한복판에 주저앉은 맨발의 사내가
고래고래 고함을 내지르고 있다
벗어 던진 구두 위로 툭 툭,
눈발이 날린다
사내는 끊임없이 하늘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다
욕으로 가득 차 있던 몸뚱어리
얼마나 무거웠던가
얼마나 뱉어내고 싶었던가
흥분에 들뜬 사내가
허공을 향해 주먹감자를 뻗는다
듣는 이 없는 욕지거리는
비수가 되지 못한다
꼬인 혀를 붙잡고
사내는 천천히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욕설처럼 툭 툭,
눈발이 쌓인다
---배영옥, 뭇별이 총총, 실천시선 189(2011년 1월 12일)---
*비수(匕首)가 되지 못한 욕설(辱說)은,
욕설(辱雪)이 되지 못한다.
그런 사내, 여기에 있다.
공도(孔道)에도 있다.
인천(仁川)에도 있다.
아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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