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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배영옥, 욕설의 기억

by kimbook 2011. 2. 16.

욕설의 기억

 

배영옥

 

길 한복판에 주저앉은 맨발의 사내가

고래고래 고함을 내지르고 있다

벗어 던진 구두 위로 툭 툭,

눈발이 날린다

사내는 끊임없이 하늘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다

욕으로 가득 차 있던 몸뚱어리

얼마나 무거웠던가

얼마나 뱉어내고 싶었던가

흥분에 들뜬 사내가

허공을 향해 주먹감자를 뻗는다

듣는 이 없는 욕지거리는

비수가 되지 못한다

꼬인 혀를 붙잡고

사내는 천천히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욕설처럼 툭 툭,

눈발이 쌓인다

 

---배영옥, 뭇별이 총총, 실천시선 189(2011년 1월 12일)---

 

*비수(匕首)가 되지 못한 욕설(辱說)은,

 욕설(辱雪)이 되지 못한다.

 

그런 사내, 여기에 있다.

 

공도(孔道)에도 있다.

인천(仁川)에도 있다.

 

아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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