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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배한봉, 복숭아를 솎으며

by kimbook 2011. 11. 2.

복숭아를 솎으며

 

배한봉

 

열매를 솎아보면 알지

버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나 처음엔

열매 많이 다는 것이 그저 좋은 것인 줄 알고

아니, 그 주렁주렁 열린 열매 아까워

제대로 솎지 못했다네

한 해 실농失農하고서야 솎는 일이

버리는 일이 아니라 과정이란 걸 알았네

삶도, 사랑도 첫 마음 잘 솎아야

좋은 열매 얻는다는 걸 뒤늦게 알았네

나무는 제 살점 떼어내는 일이니 아파하겠지만

굵게 잘 자라라고

부모님 같은 손길로 열매를 솎는 오월 아침

세상살이 내 마음 솎는 일이

더 어렵다는 걸 알았네

 

*69쪽, 둘째줄, '예취기'는 '예초기',

 80쪽 중간, '<玄玄基經>은 '<玄玄棋(碁)經>'

 

---제26회 소월시문학상 작품집, 배한봉 외, 복사꽃 아래 천년, 문학사상사(2011년 8월 25일)---

 

*'삶도, 사랑도 첫 마음 잘 솎아야

 좋은 열매 얻는다는 걸',

 

 '세상살이 내 마음 솎는 일이

  더 어렵다는 걸' ,

 

  나는 아직도 모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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