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詩)

조정인, 문신

by kimbook 2011. 10. 24.

문신

 

조정인

 

고양이와 할머니가 살았다

 

고양이를 먼저 보내고 할머니는 5년을

더 살았다

 

나무식탁 다리 하나에

고양이는 셀 수 없는 발톱자국을 두고 갔다

발톱이 그린 무늬의 중심부는 거칠게 패였다

 

말해질 수 없는 비문으로

할머니는 그 자리를 오래, 쓰다듬고 또 쓰다듬고는 했다

 

하느님은 묵묵히 할머니의 남은 5년을 위해

그곳에 당신의 형상을 새겼던 거다

 

고독의 다른 이름은 하느님이기에

 

고양이를 보내고 할머니는 하느님과 살았던 거다

 

독거, 아니었다

 

식탁은 제 몸에 새겨진 문신을

늘 고마워했다

 

식탁은 침묵의 다른 이름이었다

 

---조정인, 장미의 내용, 창비시선 329, 창비(2011년 4월 20일)---

 

*할머니는 오래전 돌아가셨다.

 

 백두대간테라피단지때문에

 할머니는 移徙를 하게 생겼다.

 

 그 옆,

 돌배나무에는

 할머니와의 추억이 文身처럼 새겨져 있는데……

 

 고양이는 오늘도 옆집 옥상에서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