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조정인
고양이와 할머니가 살았다
고양이를 먼저 보내고 할머니는 5년을
더 살았다
나무식탁 다리 하나에
고양이는 셀 수 없는 발톱자국을 두고 갔다
발톱이 그린 무늬의 중심부는 거칠게 패였다
말해질 수 없는 비문으로
할머니는 그 자리를 오래, 쓰다듬고 또 쓰다듬고는 했다
하느님은 묵묵히 할머니의 남은 5년을 위해
그곳에 당신의 형상을 새겼던 거다
고독의 다른 이름은 하느님이기에
고양이를 보내고 할머니는 하느님과 살았던 거다
독거, 아니었다
식탁은 제 몸에 새겨진 문신을
늘 고마워했다
식탁은 침묵의 다른 이름이었다
---조정인, 장미의 내용, 창비시선 329, 창비(2011년 4월 20일)---
*할머니는 오래전 돌아가셨다.
백두대간테라피단지때문에
할머니는 移徙를 하게 생겼다.
그 옆,
돌배나무에는
할머니와의 추억이 文身처럼 새겨져 있는데……
고양이는 오늘도 옆집 옥상에서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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