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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김형영, 마음이 흔들릴 때

by kimbook 2011. 11. 12.

마음이 흔들릴 때

 

김형영

 

 

천년을 산 나무에

님은 머무시고

거기 맺힌 열매에도

그 열매의 씨앗에도

그 씨앗이 썩어 움트는 새싹에도

님은 머무시니

나무는 신이 나서 흔들리는 거라.

바람 한 점 없이도 흔들리는 거라.

 

때로 내가 마음이 약해져서

온갖 유혹에 흔들릴 때는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

그래, 그래, 흔들리거라.

네가 내 안에 머물고

내가 네 안에 머무니

많이는 흔들리지 말고

뿌리 깊은 나무처럼만 흔들리거라.

그것도 잠시만 흔들리거라.

 

---김형영, 나무 안에서, 문학과지성 시인선 366, 문학과지성사(2009년 10월 19일)---

 

*잠시, 아주, 잠시만, 흔들릴, 때가, 있었다.

 

 천년을 산 저 주목을 지날 때도 살짝, 흔들렸다.

 

 2011년 여름,

 안개와 구름과 비가 다정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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