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흔들릴 때
김형영
천년을 산 나무에
님은 머무시고
거기 맺힌 열매에도
그 열매의 씨앗에도
그 씨앗이 썩어 움트는 새싹에도
님은 머무시니
나무는 신이 나서 흔들리는 거라.
바람 한 점 없이도 흔들리는 거라.
때로 내가 마음이 약해져서
온갖 유혹에 흔들릴 때는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
그래, 그래, 흔들리거라.
네가 내 안에 머물고
내가 네 안에 머무니
많이는 흔들리지 말고
뿌리 깊은 나무처럼만 흔들리거라.
그것도 잠시만 흔들리거라.
---김형영, 나무 안에서, 문학과지성 시인선 366, 문학과지성사(2009년 10월 19일)---
*잠시, 아주, 잠시만, 흔들릴, 때가, 있었다.
천년을 산 저 주목을 지날 때도 살짝, 흔들렸다.
2011년 여름,
안개와 구름과 비가 다정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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