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빗자루
유홍준
수수빗자루 없다
수수농사 안 짓는다
― 거기 좀 서 보아라
나는 쓰레기도 아닌데
나는 거미줄도 안 쳤는데
어머니 수수빗자루로 내 몸을 쓸었다
사방을 돌아가며
내 몸을 쓸어주셨다
어머니 수수빗자루로
내 몸을 쓸던
수수빗자루 없다
수수농사 안 짓는다
수수빗자루 거꾸로 움켜쥐고
나를 때리던 그 사람도 없다
하늘을 향해
수수빗자루를 들고 걷어내던 거미줄도 없다
---창작과비평, 2011년 가을호(153호), 창비(2011년 9월 1일)---
*나는, 운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봉구, 노인 (0) | 2012.02.03 |
---|---|
유희경, 궤적 (0) | 2012.02.02 |
한선자, 정아의 꿈 (0) | 2012.01.27 |
강우식, 설연집(Snowflakes) (0) | 2012.01.13 |
이장욱, 특성 없는 남자 (0) | 2011.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