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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유홍준, 수수빗자루

by kimbook 2012. 2. 1.

수수빗자루

 

유홍준

 

수수빗자루 없다

수수농사 안 짓는다

― 거기 좀 서 보아라

나는 쓰레기도 아닌데

나는 거미줄도 안 쳤는데

어머니 수수빗자루로 내 몸을 쓸었다

사방을 돌아가며

내 몸을 쓸어주셨다

어머니 수수빗자루로

내 몸을 쓸던

수수빗자루 없다

수수농사 안 짓는다

수수빗자루 거꾸로 움켜쥐고

나를 때리던 그 사람도 없다

 

하늘을 향해

 

수수빗자루를 들고 걷어내던 거미줄도 없다

 

---창작과비평, 2011년 가을호(153호), 창비(2011년 9월 1일)---

 

*나는,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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