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청춘에게 보내는 송가 2
송경동
종로2가 공구상가 골목 안
여인숙 건물 지하
옛날 목욕탕 개조해 쓰던
일용잡부 소개소에서 날일을 다니며
한달에 10만원을 받던 달방을 얻어 썼다
같이 방을 쓰던 친구의 부업은
일 다녀온 밤마다
달방에 세든 이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타짜였다
한번에 3만원 이상 따지 말 것
한달에 보름은 일을 다녀야 의심받지 않는다는 것
한 곳에 석달 이상 머물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고 했다
그가 가끔 사주는 5천원짜리 반계탕이 참 맛있었다
밤새워 때전 이불 속에서 책을 읽고 시를 쓰는 내게
너는 나처럼 살지 말고 성공하라고
진정으로 부럽다고 했다
떠나가던 날, 고백을 하는데
결핵 환자라는 것이었다
그가 떠난 날
처음으로 축축하고 무거운 이불을
햇볕 쬐는 여인숙 옥상 빨랫줄에 걸었다
내게는 결핵보다 더 무섭게 폐를 송송 뚫는
외로움이라는 병이 있다는 것을
차마 말하지 못했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어디에 가든 들키지 말고 잘 지내라고
빌어주었다
---송경동, 창작과비평, 2011년 겨울호(통권154호), 창비(2011년 12월 1일)---
*고백컨대,
나도 차마 하지 못한 말이 있다.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