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詩)

조용미, 가을밤

by kimbook 2012. 2. 7.

  가을밤

 

  조용미

 

   마늘과 꿀을 유리병 속에 넣어 가두어두었다 두 해

 가 지나도록 깜박 잊었다  한 숟가락 뜨니 마늘도 꿀

 도 아니다 마늘이고 꿀이다

 

   당신도 저렇게 오래 내 속에 갇혀 있었으니 형과 질

 이 변했겠다

 

   마늘에 緣하고  꿀에 연하고 시간에 연하고 동그란

 유리병에 둘러싸여 마늘꿀절임이 된 것처럼

 

   내 속의 당신은 참 당신이 아닐 것이다  변해버린 맛

  이 묘하다

 

   또  한 숟가락  나의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줄 마늘

  꿀절임 같은 당신을,

 

   가을밤은  맑고 깊어서  방 안에  연못 물  얇아지는

  소리가 다 들어앉는다

 

 ---조용미, 기억의 행성, 문학과지성사 시인선 395, 문학과지성사(2011년 7월 26일)---

 

 *겨울밤도

  맑고 길다.

 

  그녀의 눈웃음 같은

  바람소리 들린다.

 

  차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언주, 수종사 삽살개처럼  (0) 2012.02.16
송경동, 지나간 청춘에게 보내는 송가 2  (0) 2012.02.11
황봉구, 노인  (0) 2012.02.03
유희경, 궤적  (0) 2012.02.02
유홍준, 수수빗자루  (0) 2012.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