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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송경동, 지나간 청춘에게 보내는 송가 2

by kimbook 2012. 2. 11.

지나간 청춘에게 보내는 송가 2

 

송경동

 

종로2가 공구상가 골목 안

여인숙 건물 지하

옛날 목욕탕 개조해 쓰던

일용잡부 소개소에서 날일을 다니며

한달에 10만원을 받던 달방을 얻어 썼다

같이 방을 쓰던 친구의 부업은

일 다녀온 밤마다

달방에 세든 이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타짜였다

한번에 3만원 이상 따지 말 것

한달에 보름은 일을 다녀야 의심받지 않는다는 것

한 곳에 석달 이상 머물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고 했다

그가 가끔 사주는 5천원짜리 반계탕이 참 맛있었다

밤새워 때전 이불 속에서 책을 읽고 시를 쓰는 내게

너는 나처럼 살지 말고 성공하라고

진정으로 부럽다고 했다

떠나가던 날, 고백을 하는데

결핵 환자라는 것이었다

그가 떠난 날

처음으로 축축하고 무거운 이불을

햇볕 쬐는 여인숙 옥상 빨랫줄에 걸었다

내게는 결핵보다 더 무섭게 폐를 송송 뚫는

외로움이라는 병이 있다는 것을

차마 말하지 못했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어디에 가든 들키지 말고 잘 지내라고

빌어주었다

 

---송경동, 창작과비평, 2011년 겨울호(통권154호), 창비(2011년 12월 1일)---

 

*고백컨대,

 나도 차마 하지 못한 말이 있다.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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