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사랑
문충성
어버버어버버…… 어느 말몰레기 비바리는 두 손
맞대고 뺨에 옆으로 대어
잠자는 흉내 내며 사랑했다고
어버버어버버…… 볼록 나온 배 가리키며
침 흘리며 질질
바보 웃음 지으며
어버버어버버…… 무슨 말 하는 것일까
어멍 아방도 어시 혼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우리 동네 곳곳을 왼발 절며 절룩절룩
왼손 못 쓰는 이 말몰레기 비바리는 누구와
사랑을 한 것일까 말은 못하지만
어버버어버버…… 웃으며 손짓으로
사랑해서 애 뱄다고
어디에 살고 있을까 절룩절룩
한 달도 못 되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애 아빠 될 사람이 육지에서 온 사람이라느니
죽었다는 소문도 돌았다 성도 이름도 모르는
말몰레기 비바리여! 과연 죽었을까 4·3 터져
한창이던 때 60년도 더 지나갔는데
하늬바람은 섬을 뒤엎을 듯이 불어오는데 아아!
그 바람 속 살아오는 소리 절룩절룩
어버버어버버…… 어버버
---문충성, 허물어버린 집, 문학과지성 시인선 396, 문학과지성사(2011년 8월 1일)---
*우리동네도 '누님' 있다.
'어버버어버버'는 아니고
늘, 머리수건을 쓰고 다닌다.
사랑을 했다고 심하게 표내고 다닌 적 있다.
여름 어느 토요일
국민은행 자동화코너에서
나를 심하게 실망시킨 적 있다.
'누님'의 향기가
내 콧구멍 용량을 너무 초과했다.
요즘, 그 '누님'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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