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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김용택, 섬진강 31

by kimbook 2013. 5. 29.

섬진강 31

 

김용택

 

봄볕에 마르지 않을 슬픔도 있다.

노란 잔디 위 저 타는 봄볕, 무섭다. 그리워서

몇 굽이로 휘어진 길 끝에 있는 외딴집

방에 들지 못한 햇살이 마루 끝을 태운다.

집이 비니, 마당 끝에 머문 길이 끝없이 슬프구나.

쓰러져 깨진 장독 사이에 연보라색으로 제비꽃이 핀다.

집 나온 길이 먼 산굽이를 도는 강물까지 간다.

강물로 들어간 길은 강바닥에 가닿지 못해

강의 깊은 슬픔을 데리고 나오지 못한다.

봄볕에 마르지 않는 눈물도 있다.

바닥이 없는 슬픔이 있다더라.

외로움의 끝, 강 끝이 너를 부르면 내가 다 딸려간다.

바람의 끝에서 문득 나는 새여,

속으로 우는 강물이 땅을 딛지 못하는구나.

목줄이 땅기는

사랑이 없다면, 강물이 저리 깊이 타들어갈 리 없다.

집이 왼쪽으로 기울었으나,

나는 눈물이 새는 집 뒤꼍에 가서 하늘을 본다.

그리움을 죽이며

바닥없는 슬픔을 깊이 파는

강물 소리를 나는 들었다.

 

---김용택,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 창비시선 360, 창비(초판 2쇄, 2013년 4월 30일)---

 

*아으,

 섬진강에 발 담그고

 하하하하 웃던 그 친구,

 어디로 갔나?

 

 비 내리는 월미도

 高 아무개는

 늦은 밤,

 짬뽕과 고량주 1병 시켜놓고,

 이쁜 마누라 보러 집으로 갈까,

 고량주 1병 더 시켜 포장해

 그 친구 만나러 바다로 갈까,

 

 아무래도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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