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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김수복, 잠깐만요

by kimbook 2013. 4. 18.

잠깐만요

 

김수복

 

강 건너가는 바람결이

북망(北邙) 넘어가는 제 옷자락을 부여잡고

 

잠깐만요

 

이제 막 지는 저 꽃잎

이제 막 넘어가는 저 저녁노을

이제 막 깨어나는 저 무덤

 

잠깐만요

잠깐만요

 

꽃잎은 꽃가지 위에서

노을은 저녁 하늘 위에서

무덤은 산허리 위에서

 

목을 내놓고,

 

잠깐만요

잠깐만요

 

애타게 부르는 저 손짓

 

---김수복, 외박, 창비시선 355, 창비(2012년 12월 20일)---

 

*친구의 삼촌이 돌아가셨다.

 

 며칠 전,

 친구는 아버지와 삼촌(작은아버지)을 찾았다 한다.

 초췌한 모습에,

 친구의 아버지는

 봉투 하나를 내밀며,

 '노잣돈 삼아 잘가라' 했다 한다.

 '형도, 곧 갈테니 기다리라'했다 한다.

 삼촌도 '그러마'라고, 하는 것 같았다 한다.

 

 冥福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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