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김명인
걸음을 못 걸으시는 어머닐 업으려다
허리 꺾일 뻔한 적이 있다
고향집으로 모셔 가다 화장실이 급해서였다
몇 달 만에 요양병원으로 면회 가서
구름처럼 가벼워진 어머닐 안아서 차로 옮기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그 살 죄다 어디로 갔을까?
삐거덕거리던 관절마다 새털 돋아난 듯
두 팔로도 가뿐해진 어머니를 모시고
산중턱 구름 식당에서 바람을 쐰다
멀리 요양병원 건물이 내려다보였다
제 살의 고향도 허공이라며
어제 못 보던 구름 내게 누구냐고 자꾸 묻는다
난 아직 날개 못 단 새끼라고
말씀드리면 머지않아 내 살도 새털처럼 가벼워져
푸른 하늘에 섞이는 걸까?
털리는 것이 아니라면 살은 아예 없었던 것
이승에서 꿔 입는 옷 같은 것
더는 분간할 일 없어진 능선 저쪽으로
어둠을 타고 넘어갈 작정인가, 한 구름이
문득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다
---김명인, 여행자 나무, 문학과지성 시인선 429, 문학과지성사(2013년 6월 14일)---
*내가 아는 孝女 있다.
아이가 된 어머니에게 빌붙어 산 지
벌써 3년,
그의 씩씩한 웃음소리가 그립다.
소래포구 어디쯤에서
낮술 한잔 마시고 싶다.
오늘(2013년 7월 29일, 월요일)
아버지 몸무게는 42Kg,
어머니 몸무게는 52Kg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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