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박미란
오래된 집 앞에서 서성거렸다 붉은빛이 다른 빛을 잡
아먹고 아름드리 꽃나무가 우거진,
비스듬히 안이 보였지만 선뜻 들어갈 수 없었다 한 발
들여놓으면 귀밑머리 희끗하게 살아야 할 것 같았다
언젠가 푸르스름한 칠이 벗겨진 대문을 열고 이끌리듯
마당에 들어갔던 적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였을까
그 어떤 일에도 넘어서기 힘든 당신이 버티고 있었다
---박미란, 누가 입을 데리고 갔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23, 문학과지성사(2019년 2월 8일)---
*맘은 닫혀 있고...
문도 닫혀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