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박철
반은 가운데인가요 천의 얼굴인가요 당신인지요
반에 관한 두가지 아픔이 있다
어머니 김포 들판 끝에서 피사리할 때
하늘이 뒤집히며 장대비 검게 쏟아져내릴 때
나는 물주전자 들고 들판의 반에 서 있었다
마을로 돌아가야 하나 내처 나가야 하나
달려가 엄마를 부르니 다리 밑에서 비를 피하던 어머니는
젖은 등짝을 치며 왜 왔느냐 탄식을 했다
조금 더 커 한강에서 멱 감을 때
형들 따라 강의 가운데까지 가서 덜컥 겁이 나는 거라
그때 돌아올 힘으로 내처 강을 건넜어야 했다
한번은 반을 지나쳐버렸고
한번은 반을 돌아와
겁 많은 내 생은 그대로 솟대가 되고 말았다
오늘 개화리 자귀숲으로 가는 길
이제 기어이 발길은 다시 반에 다다랐으니
반은 절벽인가요 바람인가요
당신인지요
---박철,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 창비시선 420, 창비(2018년 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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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반 중에 반은 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