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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황동규, 영포(零浦), 그 다음은?

by kimbook 2007. 6. 7.

영포(零浦), 그 다음은?

 

황동규

 

자꾸 졸아든다

만리포 천리포 백리포 십리포

다음은 그대 한발 앞서 간 영포.

차츰 살림 줄이는 솔밭을 거치니

해송 줄기들이 성겨지고

바다가 몸째 드러난다.

이젠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영포 다음은 마이너스 포(浦).

서녘 하늘에 해 문득 진해지고

해송들 사이로 바다가 두근거릴 때

밀물 드는 개펄에 나가 낯선 게들과 놀며

우리 처음 만나기 전 그대를 만나리.

 

---황동규, 꽃의 소묘, 문학과지성 시인선 312, 문학과지성사(2006년 2월 10일)---

 

*졸아드는 것이 포(浦)뿐이랴?

난 벌써 마이너스 포(浦)에 온 지  오래다.

십리포에는 낯선 게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어린 굴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었다.

저 돌을 껴안은 어린 굴들의 안간힘이 파도소리에 묻히고 있었다.


 

 

 *영흥도 십리포 해수욕장
2006년 3월 21일(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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