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零浦), 그 다음은?
황동규
자꾸 졸아든다
만리포 천리포 백리포 십리포
다음은 그대 한발 앞서 간 영포.
차츰 살림 줄이는 솔밭을 거치니
해송 줄기들이 성겨지고
바다가 몸째 드러난다.
이젠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영포 다음은 마이너스 포(浦).
서녘 하늘에 해 문득 진해지고
해송들 사이로 바다가 두근거릴 때
밀물 드는 개펄에 나가 낯선 게들과 놀며
우리 처음 만나기 전 그대를 만나리.
---황동규, 꽃의 소묘, 문학과지성 시인선 312, 문학과지성사(2006년 2월 10일)---
*졸아드는 것이 포(浦)뿐이랴?
난 벌써 마이너스 포(浦)에 온 지 오래다.
십리포에는 낯선 게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어린 굴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었다.
저 돌을 껴안은 어린 굴들의 안간힘이 파도소리에 묻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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