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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고형렬, 매직아이를 열지마

by kimbook 2007. 6. 9.

매직아이를 열지 마

 

고형렬

 

물결 속에는 그녀가 숨어 있다

파란 눈빛으로 잠깐 나를 보고 사라진다, 잠시

 

매직아이는 그녀를 덮으며 다시 훗날 처음으로 돌아오라 한다

그 눈으로만 보자 한다

다시 오늘로 돌아오라 이른다

 

꽃이 필 때, 매직아이를 펼칠 때

 

바다를 건너오다가 눈 아파, 춘분날 내려다보면

내 빛 너무 간절해

파란 꽃잎처럼 날개를 세우고 물결은 그녀를 보여준다

 

그녀는 수초처럼 나비처럼 사라진다

나는 다시 그 매직아이를 펼치지 않는다

죽는 날까지 죽은 날 다음다음, 다음날 다음 아침

열어볼 것이다

 

그때까진 혼자, 죽음 속에 홀로 있느니.

 

---고형렬, 밤 미시령, 창비시선260, 창비(2006년 3월 17일)---

 

*네 빛이 너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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