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아이를 열지 마
고형렬
물결 속에는 그녀가 숨어 있다
파란 눈빛으로 잠깐 나를 보고 사라진다, 잠시
매직아이는 그녀를 덮으며 다시 훗날 처음으로 돌아오라 한다
그 눈으로만 보자 한다
다시 오늘로 돌아오라 이른다
꽃이 필 때, 매직아이를 펼칠 때
바다를 건너오다가 눈 아파, 춘분날 내려다보면
내 빛 너무 간절해
파란 꽃잎처럼 날개를 세우고 물결은 그녀를 보여준다
그녀는 수초처럼 나비처럼 사라진다
나는 다시 그 매직아이를 펼치지 않는다
죽는 날까지 죽은 날 다음다음, 다음날 다음 아침
열어볼 것이다
그때까진 혼자, 죽음 속에 홀로 있느니.
---고형렬, 밤 미시령, 창비시선260, 창비(2006년 3월 17일)---
*네 빛이 너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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