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기월식
안현미
사내의 그림자 속에 여자는 서 있다 여자의 울음은 누
군가의 고독을 적어놓은 파피루스에 덧쓰는 밀서 같은 것
이어서 그것이 울음인지 밀서인지 고독인지 피아졸라의
음악처럼 외로운 것인지 산사나무 꽃그늘처럼 슬픈 것인
지 아무 것도 아닌 것인지 그게 다인지 여자는 눈,코,입이
다 사라진 사내의 그림자 속에서 사과를 베어먹듯 사랑을
사랑이라고만 말하자,고 중얼거리며 사내의 눈, 코, 입을
다 베어먹고 마침내는 그림자까지 알뜰하게 다 베어먹고
유쾌하게 사과의 검은 씨를 뱉듯 사내를 뱉는다
---안현미, 곰곰, 문예중앙시선 9, 랜덤하우스중앙(2006년 1월 20일)---
*나는 늘 산사나무 꽃그늘처럼 슬프다.
사랑을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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