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詩)

안현미, 개기월식

by kimbook 2007. 6. 9.

개기월식

 

안현미

 

 사내의 그림자  속에  여자는 서 있다  여자의  울음은 누

군가의 고독을 적어놓은 파피루스에 덧쓰는 밀서 같은 것

이어서 그것이 울음인지  밀서인지  고독인지 피아졸라의

음악처럼  외로운 것인지 산사나무 꽃그늘처럼 슬픈 것인

지 아무 것도 아닌 것인지 그게 다인지 여자는 눈,코,입이

다 사라진 사내의 그림자 속에서 사과를 베어먹듯 사랑을

사랑이라고만  말하자,고 중얼거리며 사내의 눈, 코, 입을

다 베어먹고 마침내는 그림자까지  알뜰하게 다 베어먹고

유쾌하게 사과의 검은 씨를 뱉듯 사내를 뱉는다

 

---안현미, 곰곰, 문예중앙시선 9, 랜덤하우스중앙(2006년 1월 20일)---

 

*나는 늘 산사나무 꽃그늘처럼 슬프다.

 

사랑을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윤학, 오리  (0) 2007.06.09
서상영, 나의 병실  (0) 2007.06.09
유강희, 오리막 3  (0) 2007.06.09
이장욱,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0) 2007.06.09
고형렬, 매직아이를 열지마  (0) 2007.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