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詩)

정다혜, 쓸쓸함을 필사하다

by kimbook 2007. 6. 10.

 

쓸쓸함을 필사하다

 

정다혜

 

벌겋게 충혈된 눈 속으로 네가 들어온다

회오리처럼 감겨오는 몸짓에

깨어 있는 것은 모두 불안하다

사월을 어지럼으로 몰아넣는 너는

종일 누런 침묵의 배후로 떠 있다

나는 네가 펼치는 저 사막의 그림자 위를

낙타를 타고 건너가고 싶다

그리하여 네 발원지에 눈물 펑 펑 쏟고 싶다

두려운 가슴에서 뛰쳐나온 문장은

모래알처럼 흩어�다 다시 모여들어

황사로 뒤덮여 저녁은 저문다

그 얼마나 혹독한 슬픔 있었으면

너는 여기까지 날아와

나에게 저 불립문자의 문장을 펼치느냐

황사, 저 지독한 쓸쓸함을 필사하느니.

 

---문학수첩 2006년 가을호(NO.15) (주)문학수첩(2006년 8월 21일)---

 

*불립문자(不立文字).

 

 필사(筆寫)한 쓸쓸함은

 누구에게 위로 받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