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을 필사하다
정다혜
벌겋게 충혈된 눈 속으로 네가 들어온다
회오리처럼 감겨오는 몸짓에
깨어 있는 것은 모두 불안하다
사월을 어지럼으로 몰아넣는 너는
종일 누런 침묵의 배후로 떠 있다
나는 네가 펼치는 저 사막의 그림자 위를
낙타를 타고 건너가고 싶다
그리하여 네 발원지에 눈물 펑 펑 쏟고 싶다
두려운 가슴에서 뛰쳐나온 문장은
모래알처럼 흩어�다 다시 모여들어
황사로 뒤덮여 저녁은 저문다
그 얼마나 혹독한 슬픔 있었으면
너는 여기까지 날아와
나에게 저 불립문자의 문장을 펼치느냐
황사, 저 지독한 쓸쓸함을 필사하느니.
---문학수첩 2006년 가을호(NO.15) (주)문학수첩(2006년 8월 21일)---
*불립문자(不立文字).
필사(筆寫)한 쓸쓸함은
누구에게 위로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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