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법칙
진은영
너는 나의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어제 백리향의 작은 잎들을 문지르던 손가락으로
나는 너의 잠을 지킨다
부드러운 모래로 갓 지어진 우리의 무덤을 낯선 동물이 파헤치지 못하도록
해변가의 따스한 자갈들, 해초들
입 벌린 조가비의 분홍빛 혀 속에 깊숙이 짚어넣었던
하얀 발가락으로
우리는 세계의 배꼽 위를 걷는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포옹한다
수요일의 텅 빈 체육관, 홀로, 되돌아오는 쌘드백을 껴안고
노오란 땀을 흘리며 주저앉는 권투선수처럼
---진은영, 연애의 법칙, 창작과비평 2006년 가을호(통권 133호), 창비(2006년 9월 1일)---
*내가 너의 밤을 지킨 적이 언제였더라.
나는 코피를 흘리며
KO 당한 권투선수처럼...
내가 다시 링에 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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