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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김재홍, 그 사람은 지금쯤

by kimbook 2009. 7. 14.

그 사람은 지금쯤

 

김재홍

 

그 사람은 지금쯤

비탈진 좁은 골목길 내려와

뜸부기 우는 논둑길 가고 있을 거야

오빠 생각이나 해당화 나직이 부르며

김해 평야 가로질러 걷고 있을 거야

 

그 사람은 지금쯤

산 어귀 보송보송한 길을 가고 있을 거야

옆에는 닉 버그*도 있을 거야

상처는 잊어버리고 아픔은 갖다버리고

서로 어깨 토닥이며 걷고 있을 거야

 

그 사람 앞에는

폭격에 죽은 이라크 아이들

부서진 건물 다리 잃은 할머니들

서로 손목 잡고 절뚝이며

산언덕 오르고 있을 거야

 

대공포 맞고 떨어진 미군 조종사도 있을 거야

아니면 남의 땅 시가지 로켓포에 죽은

스무 살 까까머리 해병 대원도 있을 거야

 

지친 날개 파닥이며 앞서가는

산새도 외롭진 않을 거야

 

그 사람 지끔쯤

고개 너머 양지 바른 솔숲으로

조용히 걸어 가고 있을 거야

 

 

*니콜라스 버그(Nicholas Berg)는 1978년 미국 펜실베니아주 웨스트체스터 출신의

통신 기술자로 알 자르카위가 지휘하는 이라크 무장 단체에 의해 2004년 5월 11일 참수당했다

 

---김재홍, 메히아, 시작시인선0108, 천년의시작(2009년 3월 10일)---

 

*그 사람은 지금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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