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김용택
오다 말다
창호지 문살에
눈 그림자 스치네.
마음은 천리만리 무심인데
귀는 문밖에 서성이며
눈 맞네.
---김용택, 수양버들, 창비(2009년 3월 25일)---
*그럴 때가 있다.
'새들이 조용할 때',
몹시 그리울 때가 있다.
*새들이 조용할 때*
김용택
어제는 많이 보고 싶었답니다.
그립고, 그리고
바람이 불었지요.
하얗게 뒤집어진 참나무 이파리들이
강기슭에 환하게
산을 넘어 왔습니다.
당신을 사랑했지요.
평생을 가지고 내게 오던 그 고운 손길이
내 등뒤로 돌아올 때
풀밭을 보았지요.
풀이 되어 바람 위에 눕고
꽃잎처럼 날아가는 바람을 붙잡았지요.
사랑이 시작되고
사랑이 이루어지기까지
그리고 사랑하기까지
내가 머문 마을에
날 저물면
강가에 앉아 나를 들여다보고
날이 새면
강물을 따라 한없이 걸었지요.
사랑한다고 말할까요.
바람이 부는데
사랑한다고 전할까요.
해는 지는데
새들이 조용할 때
물을 보고
산을 보고
나무를 보고, 그리고
당신이 한없이 그리웠습니다.
사랑은 어제처럼
또 오늘입니다.
여울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물을 만들고
오늘도 강가에 나앉아
나는 내 젖은 발을 들여다봅니다.
---김용택, 수양버들, 창비(2009년 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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