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詩)

김용택, 그리움

by kimbook 2009. 7. 25.

그리움

 

김용택

 

오다 말다

창호지 문살에

눈 그림자 스치네.

마음은 천리만리 무심인데

귀는 문밖에 서성이며

눈 맞네.

 

---김용택, 수양버들, 창비(2009년 3월 25일)---

 

 

*그럴 때가 있다.

 

 '새들이 조용할 때',

 

 몹시 그리울 때가 있다.

 

 

*새들이 조용할 때*

 

김용택

 

어제는 많이 보고 싶었답니다.

그립고, 그리고

바람이 불었지요.

하얗게 뒤집어진 참나무 이파리들이

강기슭에 환하게

산을 넘어 왔습니다.

당신을 사랑했지요.

평생을 가지고 내게 오던 그 고운 손길이

내 등뒤로 돌아올 때

풀밭을 보았지요.

풀이 되어 바람 위에 눕고

꽃잎처럼 날아가는 바람을 붙잡았지요.

사랑이 시작되고

사랑이 이루어지기까지

그리고 사랑하기까지

내가 머문 마을에

날 저물면

강가에 앉아 나를 들여다보고

날이 새면

강물을 따라 한없이 걸었지요.

사랑한다고 말할까요.

바람이 부는데

사랑한다고 전할까요.

해는 지는데

새들이 조용할 때

물을 보고

산을 보고

나무를 보고, 그리고

당신이 한없이 그리웠습니다.

사랑은 어제처럼

또 오늘입니다.

여울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물을 만들고

오늘도 강가에 나앉아

나는 내 젖은 발을 들여다봅니다.

 

---김용택, 수양버들, 창비(2009년 3월 25일)---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철, 한 마리 낙타가되어  (0) 2009.08.10
황성희, 변명  (0) 2009.08.08
정군칠, 아버지의 가처분 신청  (0) 2009.07.22
김재홍, 그 사람은 지금쯤  (0) 2009.07.14
최영미, 나무는 울지 않는다  (0) 2009.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