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타셀(Hotel Tassel)의 돼지들
오은
사람들의 음모는 언제나 아르누보식이었지요
이 말은 우리가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겁니다
젊은 돼지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겁이 많고 눈이 커다란 데다 제법 순종적이었거던요
꾸불거리며 대가리 쳐들 기회만 슬슬 엿보는 거지요
저렇게 끼리끼리 모여 있는 걸 보면 몰라요?
젊은 돼지들은 침대 위를 뒹구는 마피아와 갱을 상상했습니다
소름이 돋았지요, 요즘엔 유기농 비료를 먹고 있는데 말입니다
늙은 돼지들은 구석에 누워 심하게 낄낄거립니다
약고 퍅하고 야한 농담을 즐기죠
젊은 돼지들의 토실토실 오른 살을 부러워했고
항상 네 다리를 벌리고 잠잤습니다
인간의 아이가 태어날 때면 엉덩이로 꼬리를 뭉갠 채 잠들었지요
너무 늙은 나머지 꿀꿀거리지 못하는 돼지들도 있어요
그들은 다만 낄낄거릴 따름이지요
늙는다는 것은 이렇게나 추하고 무서운 일이랍니다
---오은, 호텔 타셀의 돼지들, 민음의 시 152, 민음사(2009년 3월 3일)---
*며칠 전 먹은
돼지 목살이
'젊은 돼지'였는지,
'늙은 돼지'였는지 궁금하다.
나도 '낄낄'거릴만큼
늙은 것 같다.
내가 추하고,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