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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송재학, 눈물

by kimbook 2011. 2. 27.

눈물

 

송재학

 

    눈물이 말라버렸다 너무 오래 눈물을 사용했다  물푸레나무 저

수지의 바닥이 간당간당,  물푸레나뭇잎도 건조하다  일생의 눈물

양이 일정하다면 이제부터 울음은  눈물 없는  외톨이가 아니겠는

가 외할머니 상가에서도 내 울음은 소리만 있었다 어린 날 울긋불

긋 금호장터에서 외할머니 손을 놓치고 엄청 울었다 그 울음이 오

십 년쯤 장기저축되어 지금 외할머니 주검에 미리 헌정된 것을 이

제야 알겠다  그 잔나비 울음이야 얼마나 맑으랴  내 어린 날의 절

명 눈물이었으니

 

---송재학, 내간체內簡體를 얻다, 문학동네시인선 003, 문학동네(2011년 1월 20일)---

 

*安東市 平和洞 372-52, 우리 외가집 주소다.

 

 아주 옛적 한옥은 아니었지만,

 그 골목엔 외할머니를 닮은 한옥집이 쭉 늘어서 있었다.

 

 中高等學校 6년을 외가집에서 다녔는데

 나 말고도 외사촌이 국민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여덞 명이나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대문간에서 한 손은 허리를 잡고

한 손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던 외할머니가 선명하다.

 

돌아가신 지도 그 시절만큼 지났는데

장례식에도, 墓에도 한번 찾아뵙지 못했다.

 

 외할머니는 언제쯤,

 내 맑은 울음소리 산새소리처럼 벗할 수 있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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