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송재학
눈물이 말라버렸다 너무 오래 눈물을 사용했다 물푸레나무 저
수지의 바닥이 간당간당, 물푸레나뭇잎도 건조하다 일생의 눈물
양이 일정하다면 이제부터 울음은 눈물 없는 외톨이가 아니겠는
가 외할머니 상가에서도 내 울음은 소리만 있었다 어린 날 울긋불
긋 금호장터에서 외할머니 손을 놓치고 엄청 울었다 그 울음이 오
십 년쯤 장기저축되어 지금 외할머니 주검에 미리 헌정된 것을 이
제야 알겠다 그 잔나비 울음이야 얼마나 맑으랴 내 어린 날의 절
명 눈물이었으니
---송재학, 내간체內簡體를 얻다, 문학동네시인선 003, 문학동네(2011년 1월 20일)---
*安東市 平和洞 372-52, 우리 외가집 주소다.
아주 옛적 한옥은 아니었지만,
그 골목엔 외할머니를 닮은 한옥집이 쭉 늘어서 있었다.
中高等學校 6년을 외가집에서 다녔는데
나 말고도 외사촌이 국민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여덞 명이나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대문간에서 한 손은 허리를 잡고
한 손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던 외할머니가 선명하다.
돌아가신 지도 그 시절만큼 지났는데
장례식에도, 墓에도 한번 찾아뵙지 못했다.
외할머니는 언제쯤,
내 맑은 울음소리 산새소리처럼 벗할 수 있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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