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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장석남, 꽃차례

by kimbook 2011. 2. 23.

꽃차례

 

장석남

 

조팝꽃이 피면 기침이 오지

오래된 내 몸뚱이의 관습

그맘때 한 이별이 있었지

허리를 쥐며느리처럼이나 굽히고

쇤 기침을 쏟고 나면 이른 노을이 잔칫집 같았지

 

조팝꽃이 지나가면 모란이 오지

자줏빛 옛이야기 같은 모란이 오지

이마 뜨거운 이 있을 거야

혼이라도 가슴 싸늘한 이 있을 거야

모란을 보면서 미워한 이가 있었거든

허나 모란은 일찍 지는 꽃

 

어느 아침 나는 서운히 나서

모란이 있던 허공 언저리를 더듬어보지

점잖은 호수와도 같이

후회는 맑고

꽃이 피고 지는 사이

모든 후회는 맑아

다시 한차례 살아오르는

꽃 소식

 

---장석남, 뺨에 서쪽을 빛내다, 창비시선 317, 창비(2010년 11월 15일, 초판 2쇄)---

 

*그건, '꽃 소식'이었다.

  맛 없는 부대찌개를 놓고도

  옛이야기가 있어 팍팍, 마시던, 그 '처음처럼'

  우리도 그 '처음'이 있었던 것인데...

  

  모두가 결혼했다면 

  모두가 행복하다면 무슨 재미가 있었겠는가

 

  아, 옛날처럼

  이쯤에서 우리의 웃음소리가 너무 컸던  것일까

  먼저 떠난 그들에게 '꽃 소식'은 전해주지 못하고

  남아있는 우리끼리 '살아남은 놈의 슬픔'이

  그에게서 '童詩'처럼 쏟아져 나왔던 것인데...

 

  指紋으로 핸드폰을 0.5초만에 사망시키고,

  고난도의 '지랄 옆차기'가 대형차 한 대를 박살내고

  '막잡아 엎어치기', '숏다리 걸기' '오줌줄기로 땅굴파기'등등의 기술을

  마음껏 구사한 후에도

  계속 이어지는 그의 獅子吼,

  어느 나라 대통령은 그날밤 지독한 비난을 받기도 했는데...

 

  그래, 모든 후회는 맑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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