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도종환
이름 없는 언덕에 기대어 한 세월 살았네
한 해에 절반쯤은 황량한 풍경과 살았네
꽃은 왔다가 순식간에 가버리고
특별할 게 없는 날이 오래 곁에 있었네
너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풍경을 견딜 수 있었을까
특별하지 않은 세월을 특별히 사랑하지 않았다면
저렇게 많은 들꽃 중에 한 송이 꽃일 뿐인
너를 깊이 사랑하지 않았다면
---도종환,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창비시선 333, 창비(2011년 7월 18일)---
*용서 받고 싶은 가을밤이다.
'황량한 풍경'에게서도,
'한 송이 꽃'에게서도,
'깊이 사랑하는 너'에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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