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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도종환, 풍경

by kimbook 2011. 9. 28.

 

풍경

 

도종환

 

이름 없는 언덕에 기대어 한 세월 살았네

한 해에 절반쯤은 황량한 풍경과 살았네

꽃은 왔다가 순식간에 가버리고

특별할 게 없는 날이 오래 곁에 있었네

너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풍경을 견딜 수 있었을까

특별하지 않은 세월을 특별히 사랑하지 않았다면

저렇게 많은 들꽃 중에 한 송이 꽃일 뿐인

너를 깊이 사랑하지 않았다면

 

---도종환,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창비시선 333, 창비(2011년 7월 18일)---

 

*용서 받고 싶은 가을밤이다.

 

 '황량한 풍경'에게서도,

 '한 송이 꽃'에게서도,

 '깊이 사랑하는 너'에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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