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응
이 하 석
못둑 위에서 너는 검은 염소처럼 가만히 뿔 세운 채
못둑 아래 서 있는 나와 내 집을 내려다본다,
못물보다 더 아래의, 고요한 깊이 가늠하듯이.
그러면 나는 또 못물 바닥의 돌처럼 바람 기운에 어룽지며
그늘의 잎들 다 턴 채 빨간 등들 주렁주렁 매단 감나무 한 그루를
환하게 못둑 위로 올려보낸다.
---이하석, 상응, 서정시학 서정시 107, 서정시학(2011년 3월 20일)---
*외가집 가는 길에 보실못 있고,
감나무도 여러그루 서 있었는데……
어느 해,
외가집에서 데리고 온 염소와
국민학교 졸업 때까지 같이 놀았었는데……
거기는 외가 동네처럼
감나무만 못둑 위에 놀고 있어도
바라보기 편하던
외할머니 얼굴처럼 환하겠구만.
*41쪽, "몽유도원도" 1연 마지막,
'상치'는 '상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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