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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이하석, 상응

by kimbook 2011. 10. 1.

상응

이 하 석

못둑 위에서 너는 검은 염소처럼 가만히 뿔 세운 채
못둑 아래 서 있는 나와 내 집을 내려다본다,
못물보다 더 아래의, 고요한 깊이 가늠하듯이.

 
그러면 나는 또 못물 바닥의 돌처럼 바람 기운에 어룽지며
그늘의 잎들 다 턴 채 빨간 등들 주렁주렁 매단 감나무 한 그루를
환하게 못둑 위로 올려보낸다.

 

---이하석, 상응, 서정시학 서정시 107, 서정시학(2011년 3월 20일)---

 

*외가집 가는 길에 보실못 있고,

  감나무도 여러그루 서 있었는데……

 

  어느 해,

  외가집에서 데리고 온 염소와

  국민학교 졸업 때까지 같이 놀았었는데……

 

  거기는 외가 동네처럼

  감나무만 못둑 위에 놀고 있어도

  바라보기 편하던

  외할머니 얼굴처럼 환하겠구만.

 

*41쪽, "몽유도원도" 1연 마지막,

 '상치'는 '상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