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하늘(The Tree and the Sky)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Tomas Tranströmer)
빗속의 나무 한 그루가 이리저리 거닐고 있다.
우리를 지나 쏟아지는 잿빛 속으로 질주한다.
나무에겐 해야 할 일이 있다. 과수원의 지빠귀처럼
나무는 빗속에서 생명을 거두어들인다.
비가 멈추자 나무도 멈춘다.
나무는 맑은 밤 조용히 서서
천지사방 눈송이 꽃피어나는 그 순간을
꼭 우리처럼 기다린다.
The Tree and Sky
There's a tree walkiing around in the rain.
it rushes past us in the pouring grey.
It has an errand. It gathers life
out of the rain like a blackbird in the orchard.
When the rain stops so does the tree.
There it is, quiet on clear nights
waiting as we do for the moment
when the snowflakes blossom in space.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Tomas Tranströmer), 이경수, 기억이 나를 본다(Memories Look at Me),
들녘(2004년 2월 10일)---
*나무가 기다리는 것,
우리가 기다리는 것,
내가 기다린 것은
맑은 밤과 깨끗한 세상,
그러니까
하늘이 선물하는 아름다운 세상.
*95쪽, "늦은 오월" 1연 둘째줄,
'하얀 구명의(求命依)'는 '하얀 구명의(救命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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